그래요. 까짓것 외고 폐지합시다.

솔직히 까고 시작합니다. 
 

저 아주아주 오래전에 문제의 바로 그 외고 나왔어요.
출신학교에 별로 애착 없어요.
우리학교 콩가루에요.
서로 선후배라는거 알면서도 아닌척 하는 경우 왕왕 있어요.

나 내신 캡숑 안좋아서 SKY 못갔어요.

나도 우리나라 교육문제 심히 걱정돼요.

누군가는 정말 교육기회로 인한 부의 세습이 걱정되어서
외고 폐지를 주장할 거에요. 그렇죠?

자, 가슴에 손을 한 번 얹고 생각해 보세요.
외고가 없어지면 불평등한 교육기회가 평등해지나요?
다른학교에선 SKY 보낼라고 고생 안한대요?
외고가 없어지면 SKY에 대한 수요가 확 줄어드나요?

아, 물론 외고가 없어지면 사교육 열풍이 조금 가라앉을 수는 있겠지요.
사설학원의 외고준비반이 없어지겠지요.


그런 일이 벌어지면 학원 원장님은 그냥 학원 문을 닫을까요?


다들 외고가 가고 싶어서 그 쌩쇼를 초딩때부터 하는걸까요?

SKY에 가고 싶어서 그런거겠죠?

다들 그 학교의 덕망높은 교수님께 수준높은 학문을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너무 강해서
SKY에 가고 싶은거겠죠?


외고가 없어지면 SKY에서 미국마냥 무슨 affirmative action이라도 해준대요?


위에서 밝혔듯이,
나 울학교에 별 미련 없고,
거기서 건질 친구들은 이미 다 건졌고,
원래 서울안에 4년제 갈 실력도 아닌 놈이
무시무시한 반친구들 만난 덕에 질질 끌려가면서 공부하느라
어떻게 인서울 4년제에 갔으니 학교 덕은 볼만큼 봤네요.

현 정부의 근성으로 볼 때
무슨 일이 벌어져도 벌어질 것 같긴 합니다만,

지금 교육문제와 외고폐지 문제에 보여주신 여러분의 관심,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랍니다.
비꼬는거 아니에요.

적어도 한가지는 너무너무 확실하거든요.
외고가 없어져도 외고만큼 여러분 보시기에 '암적인' 학교들은
외고의 빈자리를 채울것이기 때문이지요.

기회 선점과 차별화의 욕망은 영원하니까요.


나중에 학부모 되시걸랑
홈스쿨링 이딴거부터 생각하시지 말고
이 유혹에 당당히 대처하시기 바랍니다.


 
P. S.

사실 까짓거, 울학교가 넘넘 재수없어서 외고 폐지론 들고 나오는 것이라 해도
뭐라 할 수는 없네요.

갑자기 제가 대학교 들어가서 신입생 환영회 하던 날이 기억나네요.
남들 따라서 무슨 고등학교 나온 xx학번 xxx라고 합니다!! 했더니
저 멀찍이 다른 테이블에서 'xx외고 C8 재수없어!'라고
대놓고 시비를 걸더군요.

어차피 내가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과 나는 이미 똑같은 카스트로 정해진건데 말이죠.

여러분이 이런 경우인거 아니죠?

괜히 의심한번 해봤어요.

울학교에 이상한 애들이 좀 많기는 했어요.
그런데, 그런 애들만 있는건 아니었고, 그런 애들도 소수였어요.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라죠.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에요.

by 권태 | 2009/10/29 02:38 | 그냥 그런 얘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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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ㅇㅇ at 2009/10/29 09:42
음. 님이 하는 그런 주장을 서울대 애들도 똑같이 하죠.

님이 서울대 못가서 평생 열등감을 가지고 산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외고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는 건 아닙니다.
Commented by 권태 at 2009/10/29 15:19
여기서 뭘 읽고 열등감을 끄집어내셨는지 그게 궁금합니다.

넘겨짚기를 좀 과하게 하신 감이 있군요.
Commented by 낭만곰뎅 at 2009/10/29 12:15
그래도 없어지면.. 조금이라도 좋았던 추억들이 사라지는거네요..
에구구 ㅠ_ㅠ.. 어차피 우리나라 교육현실이 정말 이데아적으로 변할거 아니면
괜히 삽질말라해요-_-.. 우띠이.....;;;
Commented by 권태 at 2009/10/29 15:20
기억과 사람은 남겼으니 그걸로 만족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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