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6. 허리후리기.

지금까지 배워 온 허리기술 중에서,

허리 껴치기는 오른쪽 어깨가 아파서 못 하겠고,

허리 채기는 어깨가 농구공만하면 모를까, 너무나 비현실적인 기술이고
(솔직히 왜 있는지 이해가 안됨),

허리 튀기는 괜히 심심해 보이고,

허벅다리 후리기(분류상으로는 발기술이지만 생김새는 오히려 허리기술처럼 보인다)는
다리도 짧은데다가 기술적 난이도도 높은것도 모자라서 되치기 당하기 딱 좋고,


허리 옮겨치기는 되치기 계열이라서 들어가는 타이밍 잡는 난이도부터 장난이 아닌데다가
상대방을 번쩍 들 때 쓰는 힘도 좋아야 하고,


뭐 이런저런 이유로 허리기술을 게을리하면서 '역시 난 손기술 전문...'하고 있다가,
몇 달 전부터 허리후리기가 괜히 해볼만 한 거 같아서 집중적으로 연습해 오고 있는데,
이게 생김새를 보아하니 내 오른다리로 상대방의 다리 바깥쪽을 후리는 것 처럼 보여서
오른다리로 상대방 허벅지를 바깥쪽으로 후리는 식으로 계속 연습하다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기술 이름은 허리 후리기인데 왜 다리로 다리를 후리는거지?
허리로 다리를 후려야 되는거 아닌감? 아니면 다리로 허리를? 아니면 허리로 허리를?

그리고 몇일 뒤 부사범들에게 '그거 아니에요' 하면서 지적을 받으면서 자세를 교정하는데, 설명이 너무 난해해서 그 순간에는 포기했다(아아아 생활체육인의 자세 -_-;). 하여간, 기억에 남는 건 기술의 요지는 허리로 후리는 것이지 다리로 후리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었는데, 이게 당최 이해가 되야 말이지.

그러다가 금요일 심사를 앞두고 오늘 무단자들(유급자들?) 기술 검토 봐주면서(사실 내가 이럴 레벨이 아닌데 도장 인적구성이 거의 붕괴되어서 부득불 내가 기술을 봐주는 사태까지...) 생각 난 김에 허리 후리기를 연습했는데,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허리로 후린다는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면서 몸으로까지 이해가 되었다.

이걸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기억나는 대로 얘기하자면,
상대방 상체를 최대한 내 쪽으로 당겨 상대 오른 가슴이 내 오른 가슴 위에 얹히는 느낌으로 상대를 기울인 다음
그대로 내 전신의 방향을 180도 틀어서 상대를 완전히 업고
내 허리를 살짝 바깥쪽으로 원을 그린다는 느낌으로 휘둘러 주면... 쾅!

신기한 것은 이러니까 남들이 할 때 보았던 다리 모양이 알아서 만들어 지더라는 것. 그러니까 허리만 잘 휘둘러 주면 다리는 알아서 공중을 휘두르게 되어 있는데, 이게 착시현상인지 다리로 다리를 후리는 것 처럼 보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역시, 기술 이름에 본질이 숨어있었어.
기술 이름이나 분류체계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것도 몇 개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이름붙여진 이유가 있다는 것이지.

by 권태 | 2007/06/26 23:05 | 柔.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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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유도 at 2010/07/24 05:56
허리채기는 대련에서도 충분히 쓰일 수 있는 기술입니다.
제가 자주 애용하는 기술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 운동을 하면 안되지만
길거리에서 시비가 붙거나 싸움이 났을 경우 깃을 안잡고도 사람을 메칠 수 있는
유용한 기술중 한가지입니다.
Commented by 권태 at 2010/07/29 23:09
그걸 올해에서야 깨쳤다는거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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