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락페 총정리

1. 역시 난 펫샵을 너무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었던게 맞는갑다. 아무리 자아성찰적이거나 참여적인 가사를 쓴다고 해서 얘네들이 마냥 좌파 듀오도 아니고. 어쨌건 본질은 춤판 제대로 돌려주는 형님들인데, 너무 그점을 간과하고 있었다. 그런데 역사적인 한국 초연에서 Left to my own devices를 반토막이나 날려먹다니... 너무했어요.

2. Massive attack. 이건 공연이 아니라 거의 ritual이었다. 만드는 곡마다 기승전결을 애시당초 쌩깐다는 점에서 예상할 수 있었지만, 무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보고 나니 이건 공연이 아니라 원시시대에나 있었던 '집단 최면을 통한 공동체의 의식'이라는 점이 너무 분명하게 다가왔다. 그러니까, 밴드는 제사장인거고, 관객은 주민인거고. 제사장은 LCD 스크린을 통해 기적을 재현하는 셈이고. 공연을 보고 있던 팬 반응도 '오 신이시여'에 더 가까왔고.

3. '싸구려 커피'를 첨 들었을 때도 그랬지만, 장기하 보통 놈이 아니다. 나는 장기하 현상을 스타일 혁명이라고 생각하고, 스타일 혁명에서 뭔가 더 보여줄건 아마도 없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다. 스타일 자체는 앞으로도 더 뭔가 나올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가지 더 남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너무나 감각적인 바로 그 터치.

4. 언니네 이발관. 홍대에서 15년을 살아남은 베테랑. 아마도 이들의 노래는 '21세기 청년들의 쿨한 송가'로 남지 않을까.

5. 지산 스탭들, 일 참 잘하더라. '난 모르삼' 이나 '죽고싶으십니까?'식의 태도는 찾아볼 수 없었고, 단지 내에서 불편한 점도 거의 없었다.

6. 그래도 이거 3일 풀코스는 못땡길것 같다. 체력 부담이 너무 심해.

by 권태 | 2010/08/04 13:56 | 그냥 그런 얘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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